7일 의령군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에 대한 의령군의 옥외공고물심의가 시작되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에 대한 의령군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심의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의령군은 동산묘원 폐기물사건에 대한 전면취재 거부를 선언하고 폐기물처리과정에 대해 일방적인 보도자료 배부 외에는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군민들의 ‘알 권리’와 같은 민주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바 있기에 더욱 그렇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례를 살펴본다.
국가인권위, 표현의 자유 침해 … 재발방지교육도 주문
2022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자체장을 비판하는 현수막 게재를 불허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향후 주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당 지자체 담당직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전북 정읍시 소재 시민단체의 대표는 지정게시대에 현수막을 게시하고자 했으나 현수막 내용이 특정 개인(지자체장) 비방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불허했다. 지자체는 현수막의 내용은 지자체장을 역사 속 탐관오리의 상징인물로 빗대어 묘사하고 ‘불법특혜’, ‘직권남용’, ‘부정채용’ 등의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지자체장의 사회적 평판과 명예를 현저하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고를 거부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정부와 지자체 등 공적 기관의 업무 수행사항은 일상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으로 비판의 과정에서 국민이 공직자의 사회적 평판이나 다소 저하될 만한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명예훼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아울러 지자체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부당채용 등으로 재판중이기 때문에 현수막 내용은 주민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 민주주의 국가 ‘헌법상 권리’ 보장해야
2020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석탄재 반대 현수막 신고를 불허한 전남 진도군에 시정권고를 내렸다. 권익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위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점 ‘이미지 먹칠하는’이라는 표현은 석탄재 반입에 대한 것이고 특정 단체(진도군청)를 직접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진도군청의 처사는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진도군의 한 광고사는 “청정진도 이미지 먹칠하는 석탄재 반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 신고를 제출했으나 진도군청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을 표시할 수 없다”며 신고를 수리하지 않자, 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었다.
법정에서 승소한 사례도
의령군의 경우처럼 공정성이 문제가 되어 현수막 문제가 법정까지 간 사례도 있다.
2020년 7월 서울 노원구 시민단체 노원공동행동은 ‘노원구의 비민주적인 검열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노원구청의 현수막 불승인은 위법하며 이에 대한 주민감사 신청 및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노원구가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노원서비스공단 노동자들의 현수막게시는 불허하고 사용자인 노원구청의 입장(연장반대)를 지지하는 현수막 20여장을 지정게대에 거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2012년 1월 제주지방법원은 민주노동당 서귀포시당원협의회 남원분회가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라는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1년 6월 남원분회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해군기지 철회로부터’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귀포시는 이를 거부했었다.
게시 허용했다가 ‘기습철거’ 황당한 지자체
현수막 게시를 승인했다가 마음을 바꿔 불법적인 ‘기습철거’를 했다가 시민과 언론의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던 지자체의 사례도 있다.
2021년 2월 전북 남원시는 시정을 비판하는 한 시민단체의 현수막의 게첨을 승인했다. 행정피해자연대가 게첨한 현수막은 “공무원 실수로 시민피해 남원시는 책임져라”, “지구인 사기피해 묵인 방조, 남원시는 책임져라” “시민에게 반말로 하대하는 남원시장 사과하라”는 내용이었다.
남원시는 현수막 게시 3일 만에 이 현수막들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라며 철거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강제추행, 선거법, 무고 3개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 오태완 의령군수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두고 의령군 광고물심의위원회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 놓을지 군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