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범죄는 공적인 일일까? 개인적인 일일까?
지난달 26일 오태완 군수가 강제추행 당한 여기자를 거짓으로 고소했다가 무고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자는 다음날 군수실로 전화를 걸었다. 현직에 있으면서 3건의 형사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오 군수의 입장이 궁금해서였다. 군정공백도 걱정되었다.
군수는 부재중. 대신 전화를 받은 안효상 비서실장. 메모를 전해달라는 요청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적인 일이라 전해줄 수 없으니 직접 물어 보란다. 그럼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역시 개인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전화를 끊고 나니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군수는 공직자인 공인이고 공인이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게 되었으면 공적인 일이 아닌가? 의문이 들었지만 기자는 법률전문가가 아니고 비서실장은 공무원이니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와 그에 대한 입장은 개인지사’라는 해석이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안 실장이 말이 맞다면 2년 전 오 군수의 기자회견은 뭐란 말인가?
2021년 6월28일 오태완 의령군수는 안 실장이 말하는 그 개인적인 일, 공인의 범죄에 대해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었다. 오 군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기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것에 대해 ‘반대세력의 정치적 음모이며 자신은 억울하다’고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명명백백히 밝혔었다. 2차 가해로 인정되어 1심에서 군수직 상실형을 선고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획예산담당관실(당시 담당관은 이미옥 현 행정복지국장)의 주관으로 이뤄졌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기자는 당시 강신일 공보담당이 사회를 본 것도 또렷이 기억한다.
안 실장의 말대로 군수의 범죄와 이에 대한 입장표명이 개인적인 일이라면 이미옥 국장과 강신일 계장은 군수의 개인적인 일에 동원된 것이고, 그렇다면 이 기자회견은 군수가 직권남용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안 실장의 견해와 기자의 짧은 법 지식으로 보니 그렇다.
직권남용의 공소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안 실장의 해석이 옳다면 오 군수는 직권남용죄로 고발당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리고 오 군수의 범법행위를 안 실장이 발견했으니 고발인은 당연히 안 실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직무상 범죄를 인지한 공무원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