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반헌법적 홍보규정으로 언론 길들이기
비판기사 내면 광고 중단 … 독재시절 ‘보도지침’ 연상
의령군 공무원들 인식도 ‘한심’ … 보복의심 행정까지
의령군이 군정에 비판적인 여론을 탄압하는 내부규정을 시행하고 있어 군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의령군은 각종 언론매체에 각종 정책과 행사 등의 홍보광고 집행을 위해 <군정광고 등 계약 및 집행 세부기준>(사진)이라는 제목의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의 일부가 1980년대 군부독재시대 언론보도지침을 연상시킬 정도로 의령군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제한하고 있는 것.
이 규정의 2. 집행제외 기준 <바>항과 <사>항 때문이다. <바>항은 최근 2년 이내 의령군과 관련된 사실왜곡 또는 허위‧과장 보도를 하거나 그 사실로 언론중재조정위원회의 정정 보도가 결정된 언론매체는 1년간 광고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전반부 ‘의령군과 관련된 사실왜곡 또는 허위‧과장 보도’부분이다.
해석상 의령군이 군정과 관련된 보도를 사실왜곡 또는 허위‧과장이라고 판단하기만 하면 해당 언론사에 대한 광고를 중단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담당공무원이나 결재권자인 군수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광고를 끊을 수 있는 것이다.
언론사가 의령군 이미지 실추 및 군정을 흠집내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경우 기자가 소속된 언론매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광고를 보류한다는 내용의 <사>항은 더욱 위험한 조항이다.
만일 언론이 의령군정에 대한 비판‧고발보도를 계속하면 의령군이 군 이미지 실추 및 군정을 흠집내는 것으로 인정해 광고를 게재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의령군에 대한 비판기사는 보도하지 말라는 경고나 협박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군정 홍보광고를 싣고 광고비를 받으려면 의령군에 호의적인 보도만 해야 한다는 보도지침 쯤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언론의 관제언론화 강요’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는 견제와 감시가 생명인 ‘언론 길들이기’ 또는 ‘언론탄압’으로도 읽혀진다. ‘사회의 소금’이라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규정이다. 또한,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으로 충당하는 언론사에게 중대한 위협이다.
시대착오적인 이 규정과 담당공무원들의 잘못된 언론관이 합쳐져 실제 행정행위로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1월 김형규 의령군수 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령인터넷뉴스는 왜 그리 그런 (안좋은) 기사를 쓰려고 합니까? 군수님이 얼마나 잘하시는데 잘하는 것만 내도 모자랄 판에”라며 큰 소리쳤다. (1월13일자 <기자수첩>개나 소나 기자하는 의령)
강신일 전 공보계장의 법정진술은 더 기가 막힌다. 강 계장은 오태완 의령군수의 강제추행 재판 증인으로 출두해 “안 좋은 기사만 쓰고, 홍보기사는 한 번도 안 내고, 보도자료를 줘도 보도자료 자체를 아예 보도 안 해서” 광고를 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오 군수의 강제추행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기자가 속했던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에 대한 광고비 중단사유다.
강 계장은 자신의 상관이던 이미옥 담당관에게 보고해 광고비를 중단했다고 증언했고, 프레시안 신윤성 기자에게는 군수 등 윗선으로부터의 지시를 암시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의령군에 비판적인 기사를 계속해서 쓴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취지로 파악된다. 이 조치로 신 기자는 해당 언론사에서 퇴직했고 가족들은 생계를 잃고 의령을 떠날 처지에 놓였다. 인구소멸 위기지역 의령군 행정의 단면이다.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조치로 광고비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오태완 군수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피해자가 대표인 의령인터넷뉴스에 대해 의령군은 2022년 1월부터 사전예고 없이 광고비지원을 중단했다. 강신일 공보계장은 예산부족 때문이라 했고, 이미옥 담당관은 규정에 의한 것이라 했지만, 이미옥 후임 최용길 담당관은 2022년 4월부터 광고비 지원을 재개했다. 중단조치에 해당하는 사유도 없었고 예산부족도 핑계에 불과했던 것이다.(2022년 3월24일, 4월5일자 기사 참조)
지난 2월 의령군의 반헌법적 규정과 자의적인 대언론 행정에 대해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의령군의 광고규정은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전검열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자의적인 광고비 집행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군민들은 “언론기사에서 의령군을 비판하는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면서 “군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건전한 비판 없이 주구장창 군수와 군정홍보에만 매달리는 언론 역시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악의 축”이라며 의령군과 의령군의 퇴행적 언론행정에 부화뇌동하는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