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언론인 양심에 걸었던 실낱같은 기대 좌절
신윤성 기자 외 참석 언론인들, 오 군수에 유리한 증언
의령정론 김상오, 수차례 ‘진술번복’ … 검찰, ‘위증죄’ 경고
김상오, 최판균에 대가성 특혜 의혹 불거져
<2월10일로 예정된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1심 선고를 앞 두고 군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본지는 1년여 기간 동안 취재한 이 사건을 재판과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사건이 ‘과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인가’를 놓고 처음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지역에선 다윗과 골리앗은 성경 속 이야기일 뿐 현실에선 골리앗의 승리는 정해진 결론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진실여부를 떠나 피해자는 1인 언론사 여기자일 뿐이고 상대는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군수였기 때문이다.
고소 전부터 피해자에 대한 온갖 악성루머가 들끓었고, 고소 이후에는 군수가 언론을 통해 ‘정치적 음해이자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펼쳤기에 더욱 그랬다. 지역에선 피해자를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는 오 군수의 행위에 이후 2,3차 가해가 이어지자 ‘억울해서 죽을 것 같다. 이왕 죽을 바에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나서 죽겠다’며 법적대응에 나섰다. 모든 면에서 불리한 피해자가 이런 결심을 한 데에는 ‘진실을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과 당시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 지역언론인이 5명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언론인들인데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언론인의 양심을 믿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실낱같은 기대는 허무하게 스러지고 말았다. 경찰수사과정에서 사건정황을 인정하던 일부 기자들이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더니 재판에서는 오 군수의 혐의를 완전 부인하는 태도로 나왔다.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고소가 제기되면 기자의 양심으로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한 신윤성 기자만 예외였다.
신 기자를 제외한 4명의 기자들은 3명의 공무원과 함께 수사기관에서의 본인진술에 대해 번복과 번복을 거듭했다. 재판에서는 재판 초기 증인으로 나선 신 기자의 진술이 허위였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사건 직후 성추행 사실 인정 … ‘남자로서 대응 못해 미안’ 문자도
대표적인 인물이 의령정론 김상오 기자였다. 김 기자는 검찰로부터 ‘위증죄 고발’ 경고까지 받을 정도로 진술을 자주 뒤집었다.
김 기자는 사건발생 나흘 후인 6월21일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오 군수에게 당한 수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런 언행은 하면 안 되죠.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어도, 아니, 그 기자들 다 보는데서, 기자들 우롱하는 거…”“…집에 가서 잠을 못 잤어요. 의령군 수장 언행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진짜 충격 받았어요. 군수는 공인의 자리 아닙니까? …”라고 얘기하고 카카오 문자<사진>에서 ‘남자로서 적절하게 대응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6월24일에 피해자와의 통화에서도 21일과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당시에) 나는 들은 얘기가 있다. 화장실 같이 가자. 이 얘기는 내 들었거든 그 얘기 했죠?”라 했고 피해자가 ‘내거 보여줄게. 화장실 같이 가자. 이런 얘기도 했다. 방에서 내 손 잡아채면서, 손 잡아채는 거 못 봤어요?’하니까 ‘봤지’라고 대답했다.
김 기자는 이후 김정권, 강임기 김충규, 등 군수선거에서 오 군수와 경쟁했던 후보들에게 피해자의 피해 진술과 부합하는 얘기를 전하면서 오 군수를 비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6월26일 경찰조사에서 오 군수가 (손목을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피해자에게 ‘화장실 같이 가자. 밑에도 벌건지 보여줄게’라 했었다고 진술했다.
‘소문’에 세뇌되어 사실로 오인 … 황당한 변명
그러나 이후 김 기자의 태도는 돌변했다.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까지 수차례 자신이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김 기자는 6월26과 6월28일로 기재된 사실확인서를 오 군수의 비선실세 A씨(A씨에 대해선 이후 기사에 게재)에게 건냈다. 이틀 간격으로 작성된 이 사실확인서는 그러나 7월8일과 8월3일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에 나눠 수사기관에 제출됐다. 사실확인서의 내용은 경찰진술을 번복하는 각기 다른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틀 간격으로 작성된 이 문서가 7월8일 한꺼번에 제출될 수 있음에도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제출된 것과 내용에 주목하고 작성일자를 변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6월28일자 진술서가 최판균 기자의 진술과 부합하는 내용(오 군수가 화장실갈 때 신윤성 기자는 자리에 없었다. 즉 성추행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는데 7월1일부터 7일까지 최판균 기자와 8차례 통화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김 기자는 8월에도 오 군수에게 유리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한 번 더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기자는 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통화하면서 본인이 한 발언은 ‘소문’에 관한 것이었고 그 ‘소문’이 사실과 다른 ‘소문’이었기 때문에 충격적이었고 카카오톡 메시지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해) 생각없이 보낸 문자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사실을 아는 목격자면서 왜 ‘소문’을 핑계대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피해자와 통화할 때는 ‘소문’에 세뇌가 되어서 사실처럼 착각하게 되었을 무렵이었기 때문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펼쳤다.
보다 못한 재판장이 검찰조사 때와 법정에서의 진술이 왜 다른지를 묻자 김 기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검찰이 왜 자꾸 진술을 번복하느냐고 하자 또 한번 침묵했다.
김 기자는 간담회 이후 오 군수나 공무원들과의 연락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처음에는 없었다고 부인하다. 검찰이 강신일, 정성기 등 공무원이 전화로 연락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자 그제서야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다. 김 기자는 6월22일 8시께 정성기 비서와 24분간, 6월23일 서울일보 안성기 기자와 17분, 강신일 계장과 21분, 6월24일 정 비서와 13분, 3분간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전까지 이들의 교류는 물론 전화통화도 거의 없었던 사이였다.
의령정론 특혜 정황 … 요건미달에도 월 200 광고비 등 지원
검찰은 김 기자가 진술번복과 위증에 대한 대가로 의령군의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김 기자를 추궁했고 김 기자는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의 의심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취재결과 의령군이 의령정론에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됐다.
의령지역언론의 광고지원금은 (2020년 의령군정소식 발간계획-내부지침)에 의해 지원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이 지침 1항과 2항은 사단법인 한국ABC협회에 등록(인쇄매체)된 언론사로 선정 당시 6개월 이상 정상적으로 발행하는 경우에 한해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의령정론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의령군으로부터 광고지원금을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국ABC발행부수 조사를 보면 의령정론은 2021년에 1년 동안 내야할 부수 24회 중 15회만 신문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의령군의 광고비지원을 받는 의령신문과 의령군민신문의 발간회수는 24회였다. 2020년 12월 15일 설립된 의령정론은 2021년 1월부터 신문발간을 시작해 10월부터 월 200만원씩 지원을 받아오고 았다.
이와 함께 김상오 기자가 경찰조사를 받고 오 군수에게 유리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던 당시인 2021년 7월부터 의령군청 부서와 의령군 읍면에서는 16부의 의령정론을 신규로 구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군으로부터 월 200만원의 광고지원금을 받기 한 달 전인 2021년 9월 토요애로부터 165만원의 광고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오 군수는 토요애 광고비를 의령군이 지원한 것이라 했다.
의령군이 2021년 12월17일 자체 지침을 어기고 정기적인 광고지원금과 별도의 광고비를 지급한 의혹도 있다. 의령군의 정해놓은 별도의 광고비지급 기준에 의하면 신문발행이 일정하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서는 광고비지원을 제외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의령정론은 2021년 24차례 신문을 발간해야 했지만 9번이나 모자라게 발간했으므로 정상적으로 발행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상오 기자는 법정에서 2021년도에 형편이 어려워서 한 두 번 (신문발간을) 빼 먹었다고 진술했었다.
이와 관련, 강신일 계장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강 계장은 그러면서 언론진흥재단 규정을 언급했다. 언론진행재단은 지자체의 언론사에 대한 광고비 지급을 대행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1년 이상 발행 요건’이 있는데 의령군민신문에 9개월만에 지급한 전례가 있어 이를 어기고 지급했다는 것이다. 언론재단의 법규를 검토한 결과 강 계장이 말한 요건은 확인할 수 없었으며 담당자와 ‘지자체에서 요청하는 언론사에 광고비를 지급할 뿐 그런 제한은 없다’는 답변도 받았다.
주무계장의 이 어이없는 진술에 숨어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상위기관의 감찰과 수사기관의 수사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옥 담당관도 규정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 했고 오 군수도 (특혜지원)그런 얘기가 있어 확인해 본 결과 문제가 없었다면서 대가성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김상오 기자의 부인과 관련한 의령군의 특혜시비도 있다. 김 기자의 부인은 얼마전 의령군이 예산을 지원하는 복지기관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으며 오는 8월 개원하는 교육테마파크 전시업체에 선정되었다. 이 과정에 오 군수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매일, 서울일보 광고비 편법 지원 의혹
한편, 전국매일신문(최판균)과 서울일보(안성기)에 대한 의령군의 광고비 지원에 대한 편법 집행의혹도 불거졌다. 의령군의 전국일간지에 대한 광고기준에 따르면 발행부수와 유가부수가 일정수량 이상이어야 하지만 두 신문 모두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문발행부수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는 한국ABC협회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신문부수공시보고서가 유일하며 정부와 공공단체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광고비를 책정한다. 두 일간지는 모두 2020년부터 ABC조사결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령군은 전국매일신문에 2020년 6천여만원, 2021년 3천500여만원, 2022년 9월까지 900여만원의 광고비를 지급했다. 서울일보는 2020년 660만원, 2021년 550만원, 2022년 9월까지 440만원이었다.
특히, 오 군수의 홍위병으로 적극 나서며 광고비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국매일 최판균 기자도 이 사건과 관련해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전국매일은 이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21년 8월 두 건의 공고로 1천430만원, 9월 공고 1건에 400만원의 광고비를 받는 등 2달 동안 의령군으로부터 무려 1천800만원의 광고비를 집중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간담회에서 최 기자와 오 군수는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누었다. 둘 만의 면담 내용에 대해, 검찰심문에 최 기자는 오 군수에게 ‘일찍 제가 나가니까 챙겨봐 주세요’라고 했고 변호인심문에는 ‘오 군수가 당선되고 광고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오 군수도 ‘최 기자가 자기를 챙겨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