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공무원 성추행 … 의령군 조직적 축소 ‧ 은폐 ‘의혹’
회식자리서 신체부위 만져 … 당사자, ‘실수로 접촉’ 해명
십수년 전에도 비슷한 전례 … 주변에선 ‘터질 게 터졌다’
인사 ‧ 감사부서 ‧ 군수도 답변 회피 … 노조가 나서라
오태완 의령군수가 여기자 강제추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의령군이 최근 발생한 간부공무원의 성추행 사건을 축소·은폐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저녁 의령읍 소재 한 음식점에서는 의령군 공무원 20여명이 참석한 회식이 있었다. 군의 하반기 정기인사로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가는 직원들에 대한 송별식 자리였다. 사건은 이 회식이 끝날 즈음 일어났다.
간부공무원 A씨가 좌식테이블에서 일어서 나가려던 여직원의 신체일부를 뒤에서 만졌다는 것. 그 자리에서부터 울면서 귀가한 피해 여직원은 병가를 냈고 인사를 요청해 현재 다른 곳에서 근무중이다. 이 여직원은 주변에 피해사실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A씨는 “회식자리를 파하면서 좁은 통로로 먼저 가라고 손으로 안내하다 신체에 닿은 것이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다. 집으로까지 찾아가 가족들에게 사과도 했으며 본인에게 장문의 사과문자도 보냈다”고 해명했다.
A씨는 감사계와 기획예산담당관과도 알고 있으며 오태완 의령군수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 군수와는 직접 면담을 했으며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질책을 받은 것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고 했다. 오 군수와 의령군이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한다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여직원의 인사를 맡았던 곽치훈 행정계장은 취재진의 전화와 문자를 회피했으며 최우석 행정과장과도 통화할 수 없었다. 오태완 의령군수에게는 비서실을 통해 여직원의 인사사유에 대해 물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감사계 역시 성비위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나 조사 등에 대해서는 일절 알려 줄 수 없다고만 했다.
A씨는 십수년 전 수련회를 다녀오던 버스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일을 항의하던 여직원의 배우자는 군청직원들에 의해 웃옷이 다 벗겨져 쫓겨난 일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A씨는 이에 대해 “버스출발 시간에 늦은 여직원의 등을 두들기며 ‘좀 잘해라’라고 해 주었을 뿐이었는데 일이 커졌을 뿐이다. 여직원이 당시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의 해명과는 달리 주변 공무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한 여성공무원은 “술을 마시면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려는 탓에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A씨가 회식자리 기피대상이 된 지 오래다”고 전하면서, “A씨의 대답을 들으니 스쳤을 뿐인데 울고불고 등을 토닥거렸는데 배우자까지 분개했다는 것인데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을 떠 오른다”고 씁쓸해 했다.
어느 공무원은 “평소 안 좋은 술버릇 탓에 늘 조마조마 했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면서 “군수가 성비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간부공무원까지 이런 일을 벌이다니 기가 찬다. 앞으로 주민들 볼일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다른 공무원은 “노조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의령군의 사주를 받아 만만한 의회만 공격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규명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조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군민은 “주민이 요청하는 민원처리는 하세월이더니 제식구 감싸기는 전광석화”라고 비꼬면서 “군수도 성추행 간부도 성추행, 딸 가진 부모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의령군에 계속 살아야 할지도 심각하게 고민된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21년 6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여기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태완 의령군수는 지난 2월 1심에서 군수직 상실형인 징역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내달 8일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